"멕시코인이 지역 경제 살린다"…대접 달라진 미국 국경도시

입력 2015-12-18 17:52  

불법 이민자 취급하더니 '쇼핑·관광 큰손' 환영
애리조나주 "여행구역 넓혀달라" 연방정부에 요구



[ 박종서 기자 ]
멕시코 소노라주(州)와 맞닿아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남부 도시 샌루이스의 95번 도로 옆에는 ‘그라시아스(gracias)’라고 쓰여진 대형 간판이 세워져 있다. 멕시코인들이 사용하는 스페인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애리조나주와 인접한 노갈레스시(市) 등 소노라주 주민들은 이 간판을 보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감회를 느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리조나주를 방문할 때면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미국 국경 지역 경제 활성화의 보루로 환영받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경제가 살아나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쇼핑과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자 대접이 확 달라졌다.

◆“뭉칫돈 들고 와서 물건 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리조나 주정부와 업계가 애리조나 국경통행증(BCC)을 발급받은 멕시코인들이 더 많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구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CC 소지자는 멕시코 국경에?북쪽으로 최대 120㎞까지 올라와 30일간 머물 수 있다. 지금은 애리조나 2대 도시인 투산까지만 다닐 수 있는데 ‘자유여행구역’을 확대해 주도(州都)인 피닉스와 그랜드캐니언도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애리조나의 요구다.

애리조나가 멕시코인에게 관대한 이유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집값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고 실업률이 기존의 세 배인 11.1%까지 치솟았다. 초토화된 경제를 살려준 사람은 멕시코인들이었다.

지역 상공인에 따르면 멕시코 여행객들은 미국으로 넘어와 음식점과 관광지 등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요식업자들은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간다. 투산의 소매상품 중개업자인 낸시 맥클러는 “멕시코인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와서 물품을 구입해 휘청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석 매장인 티파니의 매튜 윈터스 매니저도 “멕시코 소비자의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한다”고 반겼다.

애리조나는 연방정부가 자유여행구역을 확대해주면 멕시코인들이 그랜드캐니언을 찾고, 북부 산악지대에서 스키를 즐기며, 대도시에서 열리는 컨벤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투산시는 소노라 지역 주민을 위해 미국의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특별 TV 프로그램까지 제작했다.

◆특별 홍보 TV 프로그램까지 제작

멕시코인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결국 멕시코인들의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멕시코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9년 846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70달러로 증가했다. 실질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2.1%에서 올해는 2.6%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2017년에는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저유가로 미국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가 많은 멕시코 경제가 수혜를 입고 있다. 멕시코 지역 가운데서도 애리조나와 맞닿은 소노라주는 부유층이 두터운 지역이다.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멕시코와 미국을 가로지르는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가 불법 이민을 이유로 멕시코 국경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애리조나는 시큰둥해 한다. 애리조나는 열여섯 번의 대선에서 열다섯 번이나 공화당 후보를 선택한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경제 회복을 견인해주는데 무슨 말이냐는 반응이다.

FT는 “애리조나가 멕시코 여행객을 경제 성장의 큰 기반으로 여기면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정치 색채까지 희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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